‘섬 산행 1번지’ 사랑도
에이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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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봄을 맞는다. 뭍이 아닌 섬 속의 산이다. 일찌감치 찾아온 봄을 마중하기에 좋은 곳 중 하나가 사량도(蛇梁島). 섬여행과 더불어 가볍게 산행을 즐길 수 있어 산꾼들이 손꼽는 ‘섬 산행1번지’다. 봄내음 물씬 풍기는 바다가 지척이고, 동서로 뻗은 등줄기가 70리에 이른다. 그 능선에 오르면 한려수도의 풍광이 아찔하다. 해질녘, 금빛으로 물드는 바다풍경 또한 장관. 다음주면 산과 바다가 봄기운을 토해내는 춘분(春分)이다. 이즈음 ‘꽃샘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속담도 있지만 3월은 분명 봄이다.
사량도(蛇梁島)는 행정구역상 경남 통영시에 속한다. 한려해상국립공원 중간 지점에 윗섬과 아랫섬, 수우도 등 3개의 섬이 1.5㎞ 거리로 솟아올랐다. 평지가 많지 않아 섬이 산이고 산이 곧 섬이다.
사량도는 어사 박문수가 고성군 문수암에서 바라보고 2마리의 뱀이 짝짓기 직전의 모습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옥녀설화와 관련해 사랑 ‘애(愛)’가 ‘사량’으로 바뀌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사량도는 통영항과 삼천포항에서 각각 20여㎞ 거리다. 하지만 고성 상족암선착장에서 가는 뱃길이 가장 빠르다. 고성은 세계 3대 공룡 발자국 화석 산출지. 아이들과 함께 둘러볼 곳이 제법 많아 가족을 동반한 여행길이라면 고성 쪽을 택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윗섬 산행은 내지 또는 돈지를 들머리로 지리산(해발 398m)을 거쳐 동쪽 옥녀봉(291m)에서 진촌 금평항이나 대항으로 내려서는 게 일반적인 코스. 대략 5시간 걸린다.
맑은 날이면 지리산 천왕봉이 보인다고 해서 ‘지리망산(智異望山)’이라 불리는 지리산은 섬산이면서도 육지 못지않게 산세가 옹골차다. 게다가 능선을 따라가는 산행 내내 남해에 흩뿌려진 때깔 좋은 섬들이 눈에서 벗어나지 않는 조망권도 일품이다.
내지에서 완만한 경사를 따라간다. 능선 쪽으로 들어설수록 길은 가팔라지고 30여분을 지나 급사면에서 완만한 능선으로 향하면 지리산 정상인 쌍봉이다.
정상을 내려선 후 다시 능선을 따라 촛대봉을 넘어서면 ‘동강(桐江)’. 임진란 때 이순신 장군이 왜적을 물리쳤다는 폭 1.5㎞, 길이 8㎞에 이르는 섬 사이의 해협이다. 동강과 어우러진 금평항 풍경이 그림 같다.
촛대봉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은 성자암·옥동으로 내려서고, 왼쪽은 불모산(329m) 정상으로 향한다. 신라시대에 창건됐다는 성자암은 산행 중 약수를 맛볼 수 있는 유일한 곳.
여기서 우거진 숲길을 지나 바위 능선에 오르면 불모산 정상. 사량도 최고봉이다. 왼편 바다에 떠 있는 수우도가 눈에 들어온다. 기암괴석 위로 동백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해벽등반을 할 수 있는 섬이다. 오른편 산 밑에 고즈넉이 자리한 옥동마을 풍경이 정겹게 다가온다.
암릉을 지나 톱니바위를 넘어서면 가마봉 오름길. 정상은 로프를 붙잡고 오르고 내려서는 길 역시 철계단 벼랑길이다. 잠시라도 한눈을 팔 수 없을 정도로 아찔하다.
정상 바위 길에서 메주봉을 넘어서면 옥녀봉 암릉 산행으로 접어든다. 능선길은 매년 한두명씩 사고를 당할 만큼 난코스라 주의가 필요하다. ‘단디단디 가이소(조심조심 가세요)’라는 안내판이 눈길을 끈다. 하지만 험난한 코스마다 우회로를 만들어 놔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옥녀봉 하산길에서 계단을 내려서면 금평리 진촌마을로 이어지고, 평지에 이르러 최영장군 사당이 나온다. 산행의 종착지점이다.
윗섬 산행은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끼고 외줄과 사다리타기, 철계단을 거치는 험난한 코스를 여럿 만난다. 하지만 발아래 사방을 둘러친 은빛 바다와 다도해 섬들의 풍광이 줄곧 이어져 명산의 묘미를 온전히 만끽할 수 있다. 또 최근 일주도로가 개통돼 해안선을 따라가는 드라이브코스도 즐길 만하다.
바다낚시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7개의 갯바위 낚시포인트가 있는 아랫섬은 1년 내내 손맛을 볼 수 있어 낚시꾼들이 끊이지 않는다.
남도 끝자락 섬까지 와서 산행만 즐기고 간다면 서운할 터. 뱃길을 따라 둘러보는 섬풍경 또한 절경이라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한다. 뭍에서는 볼 수 없는 비경이 섬 곳곳에 숨어 있어 유람선을 타고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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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량도(고성)|글·사진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 스포츠칸
사량도(蛇梁島)는 행정구역상 경남 통영시에 속한다. 한려해상국립공원 중간 지점에 윗섬과 아랫섬, 수우도 등 3개의 섬이 1.5㎞ 거리로 솟아올랐다. 평지가 많지 않아 섬이 산이고 산이 곧 섬이다.
사량도는 어사 박문수가 고성군 문수암에서 바라보고 2마리의 뱀이 짝짓기 직전의 모습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옥녀설화와 관련해 사랑 ‘애(愛)’가 ‘사량’으로 바뀌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사량도는 통영항과 삼천포항에서 각각 20여㎞ 거리다. 하지만 고성 상족암선착장에서 가는 뱃길이 가장 빠르다. 고성은 세계 3대 공룡 발자국 화석 산출지. 아이들과 함께 둘러볼 곳이 제법 많아 가족을 동반한 여행길이라면 고성 쪽을 택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윗섬 산행은 내지 또는 돈지를 들머리로 지리산(해발 398m)을 거쳐 동쪽 옥녀봉(291m)에서 진촌 금평항이나 대항으로 내려서는 게 일반적인 코스. 대략 5시간 걸린다.
맑은 날이면 지리산 천왕봉이 보인다고 해서 ‘지리망산(智異望山)’이라 불리는 지리산은 섬산이면서도 육지 못지않게 산세가 옹골차다. 게다가 능선을 따라가는 산행 내내 남해에 흩뿌려진 때깔 좋은 섬들이 눈에서 벗어나지 않는 조망권도 일품이다.
내지에서 완만한 경사를 따라간다. 능선 쪽으로 들어설수록 길은 가팔라지고 30여분을 지나 급사면에서 완만한 능선으로 향하면 지리산 정상인 쌍봉이다.
정상을 내려선 후 다시 능선을 따라 촛대봉을 넘어서면 ‘동강(桐江)’. 임진란 때 이순신 장군이 왜적을 물리쳤다는 폭 1.5㎞, 길이 8㎞에 이르는 섬 사이의 해협이다. 동강과 어우러진 금평항 풍경이 그림 같다.
촛대봉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은 성자암·옥동으로 내려서고, 왼쪽은 불모산(329m) 정상으로 향한다. 신라시대에 창건됐다는 성자암은 산행 중 약수를 맛볼 수 있는 유일한 곳.
여기서 우거진 숲길을 지나 바위 능선에 오르면 불모산 정상. 사량도 최고봉이다. 왼편 바다에 떠 있는 수우도가 눈에 들어온다. 기암괴석 위로 동백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해벽등반을 할 수 있는 섬이다. 오른편 산 밑에 고즈넉이 자리한 옥동마을 풍경이 정겹게 다가온다.
암릉을 지나 톱니바위를 넘어서면 가마봉 오름길. 정상은 로프를 붙잡고 오르고 내려서는 길 역시 철계단 벼랑길이다. 잠시라도 한눈을 팔 수 없을 정도로 아찔하다.
정상 바위 길에서 메주봉을 넘어서면 옥녀봉 암릉 산행으로 접어든다. 능선길은 매년 한두명씩 사고를 당할 만큼 난코스라 주의가 필요하다. ‘단디단디 가이소(조심조심 가세요)’라는 안내판이 눈길을 끈다. 하지만 험난한 코스마다 우회로를 만들어 놔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옥녀봉 하산길에서 계단을 내려서면 금평리 진촌마을로 이어지고, 평지에 이르러 최영장군 사당이 나온다. 산행의 종착지점이다.
윗섬 산행은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끼고 외줄과 사다리타기, 철계단을 거치는 험난한 코스를 여럿 만난다. 하지만 발아래 사방을 둘러친 은빛 바다와 다도해 섬들의 풍광이 줄곧 이어져 명산의 묘미를 온전히 만끽할 수 있다. 또 최근 일주도로가 개통돼 해안선을 따라가는 드라이브코스도 즐길 만하다.
바다낚시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7개의 갯바위 낚시포인트가 있는 아랫섬은 1년 내내 손맛을 볼 수 있어 낚시꾼들이 끊이지 않는다.
남도 끝자락 섬까지 와서 산행만 즐기고 간다면 서운할 터. 뱃길을 따라 둘러보는 섬풍경 또한 절경이라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한다. 뭍에서는 볼 수 없는 비경이 섬 곳곳에 숨어 있어 유람선을 타고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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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량도(고성)|글·사진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 스포츠칸